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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棄綿衣 秋收紈扇 豈不哀哉
(춘기면의 추수환선 기불애재)
봄이 되면 솜옷을 내팽개치고
가을이 되면 비단부채를 거두어버리니
이 어찌 슬프지 아니한가!
☞ 황균재(黃鈞宰), <술애정(述哀情)>
※ 반첩여(班 )와 조비연(趙飛燕)은 중국 한(漢)나라 성제(成帝)의 후궁이다. 반첩여는 반황(班況)의 딸이자 사가(史家)인 반고(班固)의 고모가 된다. 성제가 즉위하자 관인으로 선발되었고, 임금의 눈에 들어 첩여가 되었다.
성제는 처음 반첩여를 매우 총애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조비연에게로 사랑이 옮겨갔다. 조비연은 이름 그대로 나는 제비처럼 날렵한 몸매를 가진 여인이었다. 특히 자신이 개발한 독특한 굴신체조법으로 몸매를 가꿨다.
조비연은 혹시라도 성제의 마음이 반첩여에게 되돌아갈까 염려하여, 반첩여가 임금을 중상모략했다고 무고(誣告)하여 그를 옥에 갇히게 했다.
나중에 반첩여의 혐의는 풀렸지만, 그녀의 처지는 과거 임금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때와 같지 않았다. 그는 장신궁(長信宮)에 머물면서 한때 임금의 사랑을 받던 일을 회상하고 현재의 자신의 처지를 돌이켜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가을이 되어 쓸모 없게 된 부채와 자신의 처지가 같다는 생각이 들어 <원가행(怨歌行)>이라는 제목의 시를 짓게 되었다. 이 시는 중국 육조문화(六朝文化)를 대표하는 시문선집인 ≪문선(文選)≫에 수록되어 전해지고 있다.
거기에 "裁爲合歡扇(재단하여 합환선을 만드니)… 常恐秋節至(늘 두려운 것은 가을에 이르면…)"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 두 구절에서 '추선(秋扇)'이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남자의 사랑을 잃은 여자나, 소박맞은 아낙, 철 지나 못쓰게 된 물건 등을 '추선(秋扇)'이라 한다. 달리 추풍선(秋風扇) 또는 추풍단선(秋風團扇: 가을바람의 둥근부채)이라고도 한다.
필요할 때 사용하다가 효용이 다하면 버리는 것은 세상사의 한 모습이고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을 버림받은 신세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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