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버트 갈루치
|
|
핵 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한국과 미국은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가.
“미국은 북한에 속았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해야 하고, 한국은 미국과 협력해 같은 파장(波長)을 타야 한다.” 로버트 갈루치 (Gallucci)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장은 11일 미국 워싱턴의 학장실에서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12년 전 북한이 핵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선언해 한반도에 ‘제1차 핵위기’를 몰고 왔을 때, 북한과 상대해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미국측 대표였다. 그는 특히 한국에 대해 “만일 국제적으로 합의된 유엔안보리의 제재에 동참·지지하지 않는다면 매우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1994년 제네바합의 당사자로서, 12년 뒤 결국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에 어떤 감정을 갖고 있나. 북한에 속았다고 느끼나?
“좌절감을 느낀다. 제네바 합의는 서울과 워싱턴은 물론 북한에게도 좋은 결론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속였다. 파키스탄의 도움을 받아 우라늄 농축으로 갔다. 그 이후 부시 행정부도 북한과 협상방식을 재구축하는 데 충분한 관심이 없었고 북한을 밀어붙이기만 했다. 6자 회담 방식은 제대로 작동한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른 방식을 생각해 봐야만 한다. 북한과 다시 협상을 할 기회는 여전히 있다.”
―그 방법은 무엇인가?
“북한이 왜 테이블로 돌아오지 않는가. 작년 9월 베이징 공동성명이라는 돌파구 직후 미국은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에 제재를 가했고, 북한은 이를 해제해야 6자회담에 돌아오겠다고 하고 있다. 여기에 방법이 있다. 모두가 북한의 회담 복귀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북한에 우선 특사를 파견하고, 6자회담 전에라도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 방코델타아시아은행에 대한 제재 하나 때문에 이 문제가 악화되도록 하는 건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지 못한 책임은 누구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나. 미국인가?
“북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부시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이런 상황을 만든 게 아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미국도, 북한을 믿을 수 없는 나라로 여긴다 해도, 협상을 못할 상대로 대해서는 안되었다.”
―한국은 이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같은 사업을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보나?
“해라, 말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만일 한국이 미국과 일본, 심지어 중국까지 참여해 만든 국제적 합의에 동참하지 않고 유엔안보리의 제재를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매우 큰 잘못이다. 설령 유엔안보리의 제재가 그런 대북사업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국은 미국과 그에 대해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미국과 협력함으로써 이런 핵실험이 어떤 위험성을 가진 것인가를 북한에 분명히 알게 해야만 한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큰 관심 중 하나는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이다. 미국에 여전히 하나의 선택으로 남아있다고 보나?
“군사적 행동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동맹국인 한국으로부터 지지를 못 받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문제는 이것보다는, 외교적 방법이 소진하기 전에 군사행동에 나서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는 점이다. 협상으로 문제를 풀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한 군사적 행동 돌입을 생각해선 안 된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핵물질이나 핵무기를 이전하거나 판매를 시도하는 어떤 징후라도 있다면, 그것은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촉발시키게 될 것이고 미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1차 핵위기 당시 1994년 미 정부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계획했었고 당신은 그 일원이었다. 12년 전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른가?
“크게 다르다. 우선, 당시엔 어디서 플루토늄을 만드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고 우리는 그곳을 모두 정밀 폭격할 수 있었다. 지금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시설들이 어디 있는지, 다른 핵 시설이 있는지, 과거에 생산한 핵물질을 어디에 숨겼는지도 모른다. 둘째, 우리는 협상 과정에 있다. 1994년엔 사실상 모든 외교적 방법이 소진됐었다. 부시 행정부는 그러나 이런 말을 할 수가 없다. 셋째, 한국과의 협력문제다. 현 노무현 정부가 이에 동의할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북한의 공격에 대응하는 군사력 측면에서 그때가 지금보다 훨씬 강력했고 유동성이 많았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이 가짜이거나 부분적 성공이라는 관측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아무리 북한이라도 그런 식으로 핵실험 성공을 주장한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반면 핵폭탄이 일부만 폭발하고 충분한 폭발력을 내지 못했을 수 있다. 그 쪽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부분적 실패일 수 있지만 전체적 실패는 아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다시 실험을 할 것인가?
“심각한 제재가 가해지면 2차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들이 한번 핵실험을 할 때마다 그들이 가진 제한된 플루토늄(50㎏ 안팎)의 10%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몇 번이고 핵실험을 할 수 없는 이유다.”
―북한이 테러조직에 핵무기나 핵물질, 기술을 팔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분명히 있다. 알 카에다는 지금 핵 쇼핑을 하고 있다. 그들은 핵무기 과학자들을 구하는 광고를 신문에 내고 있다. (탁자 위의 야구공 모형을 가리키며) 나가사키에 투하된 정도의 핵폭탄을 만드는 데 드는 플루토늄은 사실 저 야구공 크기보다 작다.”
―현 시점에서 한국에 조언 한다면?
“북한을 효과적으로 다루려면 서울과 워싱턴은 동맹으로서 북한에 공동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현재의 길을 고수하면 엄청난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한국도 그들에게 다른 대안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이 알게 해야만 한다. 한국은 미국과 같은 파장을 타야 한다.”
| |
|
●갈루치는 누구…
로버트 갈루치(Gallucci·60) 현 미국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장은 1993년 봄 제1차 북한 핵위기 때 북한과의 협상을 맡았던 미국측 대표다. 1년여 간의 씨름 끝에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를 만들어낸 협상파. 뉴욕에서 태어나 브랜다이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여년 동안 미 국무부에서 외교관으로 군축·정보분석·정책기획·비확산 등 핵심 분야를 맡으며 차관보·대사·특사 등으로 일했다. 한국에 지인이 많고 반기문 차기 유엔사무총장 내정자와도 절친한 관계. 주변 사람들은 그를 ‘교수’보다는 ‘대사(Ambassador)’로 부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