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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고파의 고향` 마산에서 태어나 자랐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어머니 손을 잡고 철따라 갖가지 해산물이 넘치는 시장에 가곤 했는데 그럴 적마다 군것질하는 재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중학생이 되자 용돈을 아버지한테 타서 쓰게 됐다. 집안의 방 중 가장 넓은 응접실을 청소할 때마다 아버지가 용돈을 주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바다낚시에 빠져 며칠 동안 응접실 청소를 하지 않고 늦게 집으로 돌아와 보니 그날 따라 아버지 친구 몇분이 와 계셨다. 어머니는 손님 대접에 바쁜 와중에서도 안쓰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장남인 나에게 엄격한 아버지가 얼마나 야단을 칠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손님들이 돌아간 뒤 나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빌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뜻밖에 인자한 음성으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시간별로 계획하는 습관을 만들어 보아라. 사람은 부유한 집안에 태어날 수도 있고, 가난하게 태어날 수도 있지만 시간은 누구나 공평하게 받는 것이란다. 네가 공부벌레가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다. 그렇지만 네가 제대로 못한 공부가 있으면 언제 할지,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놀이는 언제 할지를 계획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응접실 청소는 집안 일에 대한 약속이므로 네가 책임을 다해야 집안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겠니?"
벌써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내가 기업에서 일하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겨온 한가지가 바로 아버지에게 배운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가르침이다. `아침 시간은 황금을 물고 있다``매일 아침 시간을 만들어 1년을 쌓으면 보름을 만들 수 있다`는 나의 지론도 아버지의 가르침에서 출발한다.
나는 이를 아이들에게 강조했고, 그래서인지 세 아이 모두 단 한번의 쉼도 없이 학업을 마치고 둘은 이미 출가해 `시간은 가장 공평한 유산`이라고 말하는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
㈜벽산은 지난해 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 이제 우량기업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가끔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외부 강연을 한다. 이 자리에서 "기업이 위기에 처하는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더러 받는다. 이때마다 나는 "경영자가 미래에 대한 시간 배분을 소홀히 하고 현재에 많은 시간을 뺏기면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김재우 (주)벽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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