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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람이 곧 자산이다...
작성자 황호선 | 2003-04-18 | 162
사람 사귀는 게 취미라면 무엇보다 위장의 소화능력이 먼저다. 이 시대 대표적인 ‘마당발’로 꼽히는 김재기(金在基) 관광협회 중앙회장의 경우가 그렇다. 아침식사 약속만 해도 매일 2~3번에, 점심은 더하다. 어떤 때는 4~5번씩이나 먹는 시늉을 해야 한다. 그만큼 약속이 촘촘히 잡혀 있다. 금융·유선방송·체육계를 거쳐 다시 새로운 ‘관광 인생’을 살아가는 셈이니, 그렇게 바쁜 것도 당연하다. 이라크 전쟁의 후유증과 괴질사태 위협 속에서 국내 관광업계의 당면과제를 포함해 개인적으로 폭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해나가는 비결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라크 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끝나 다행입니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북핵문제와 괴질사태의 먹구름도 말끔히 걷히기를 기대합니다”. 몇번이나 약속이 미뤄진 끝에 어렵게 시간을 낸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호텔·여행사·면세점 등 국내 1만여 관광업체를 대표하는 입장.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인 때문일 것이다. “요즘 같아서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부산 국제컨벤션회의(ICCA)와 내년 4월의 제주 아·태관광협회(PATA) 총회 일정이 자칫 틀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올해는 특히 ‘관광의 날’이 3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주택·외환은행장, 씨름연맹 총재, 주택공제조합 이사장, 케이블TV 연합회장…. 화려한 경력이 말해주듯 그의 얘기는 종횡무진했다. “세계는 이미 정보통신·환경·관광이라는 또다른 전쟁에 돌입한 상태”라며 관광정책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려면 독립된 중앙행정기관인 관광청을 만들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눈길은 북한에도 미친다. “금강산 육로에 이어 백두산·묘향산·칠보산이 개방되고 여행 상품을 공동 개발한다면 한반도 관광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몇해전 민간차원의 남북교차관광이 이뤄졌을 때 우리측 단장을 맡았던 그다.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평택에 ‘차이나 타운’을 세우는 방안도 제시했다. 듣던 대로 얘기가 꾸밈없이 시원하다. 생각이 활달한 때문일 것이다. 친화력도 남다르다. 손가락에 꼽기 어려울 정도의 여러 ‘감투’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관광협회에도 가끔씩 결재하러 들르는 외에는 바깥에서 업무를 진행한다. “한강 다리를 건너 강남·북을 하루에도 서너차례씩 오가는 것은 보통”이라고 했다. 움직이는 도중 차 안에서 잠깐씩 눈을 붙이거나 신간서적과 잡지를 챙겨놓고 읽는다니, 승용차를 사무실쯤으로 여기는지도 모른다. 아예 운전기사도 2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혼자서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계속 감당하기가 벅찰 수밖에 없다. 그가 명함을 한달에 4~5통씩 찍어댄다는 사실에서도 활동상이 짐작된다. 요즘은 새로 사귀는 대신 친분있는 사람들 위주로 만나는데도 그렇단다. 밖에서 나돌다보면 집에서는 언제 식사를 하는지 궁금했다. 멈칫하면서 “그런데, 그게 말이죠”라고 토를 붙이는 모습이 어딘지 겸연쩍다는 투다. 집에서 아침밥을 먹은 기억이 줄잡아 20여년에 이른다니, 당연히 그럴 밖에. “어쩌다가 아침부터 들어앉으면 어디 아픈 줄로 안다”면서 해명이 분분하다. “결국 문제는 마음이 약한 탓”이라는 게 그의 답변이다. 남에게 관심을 보이고 함께 고민하다 보면 마지막 순간에 뿌리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얘기를 들어주느라 새벽잠 설쳐가며 덩달아 바쁜 셈이다. “생기는 것이 없다고 야박하게 돌아설 수야 없지 않으냐”고 했다.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쓰다듬는 의리가 진정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름대로의 ‘마당발 철학’인 셈이다. “조그마한 인연도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주택은행 시절 모시던 전임 행장들을 지금도 가끔씩 찾아뵙고 있음을 소개했다. 그러니 일요일, 공휴일도 별도로 있을 턱이 없다. 30년 가까운 은행 재직시에도 휴가를 거의 잊고 지냈다. 혹시 집에서 바가지를 긁히지는 않았나, 아무리 추궁하듯 물어도 태연한 표정이다. 안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주는 빽빽한 스케줄 자체가 진땀날 정도다. 휴대폰을 2개씩 갖고 다닌 지도 오래됐다. 얘기 도중에도 휴대폰은 번갈아 계속 울려댔다. ‘마당발’이라는 표현을 슬쩍 꺼냈더니 대번에 질색이다. 여기저기 끼어들어 해결사 노릇이나 하는 얄팍한 부류를 떠올린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상현 의원, 이용만 전 은행감독원장 등을 대표적인 ‘마당발’로 꼽는다. 이쯤에서 그가 지금껏 관여해온 일들을 잠깐 들여다보자. 무주택 영세민에게 집지어주기 봉사활동을 펼치는 한국해비타트, 사랑의 장기운동본부 각막은행, 새신라 로터리클럽, 기네스협회 등등. 여기에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 환경운동연합, 시민운동지원기금에도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종상 영화제 조직위원장도 맡았다.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 지 3년이 넘었다’며 고사했는데도 즉석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해 어쩔 수 없이 떠맡았다”며 껄껄 웃는다. 이밖에 평통 자문위원, 문화관광정책연구원 이사, 주택산업연구원 이사장 직책도 맡고 있다. ‘약방의 감초’치고도 보통 감초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전문경영인 역할론’은 솔깃하게 들린다. “각 분야에 전문가가 퍼져 있더라도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방향을 정하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문외한이면서도 씨름연맹 총재 및 케이블TV 연합회장을 맡아 전성기를 이끌었다는 자랑도 은근히 곁들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람으로 여기는 것은 지난날 명동의 명소였던 옛 국립극장을 되살리는데 앞장섰다는 사실. “은행장이 자리에 틀어박혀 주판알만 튀기는 자리는 아니다”라며 지난날 경험을 내세웠다. 그는 일단 옳다고 생각되면 뚝심으로 밀어붙인다. 적어도 업무에서만큼은 뒤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성질이다. 주택복권이 첫 발매됐을 때 서울역 광장에서 북과 꽹과리를 치며 좌판을 벌였고, 지점장 시절 예금유치 실적 앞자리를 도맡았던 것은 그런 결과다. 어디 그뿐이랴. 은행장으로서 직접 아이디어를 낸 차세대통장이 시작 1개월 만에 무려 1백만계좌를 넘어섬으로써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주택은행 창립 25년 만에 처음으로 그가 내부에서 은행장에 오른 것도 이해할 만하다. 요즘이라고 그런 스타일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관광협회 직원들의 출근시간을 그전보다 30분 앞당긴 점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한때 오전 8시로 당겼다가 30분 늦춰진 것이 그렇다. 협회가 추진중인 관광상품권·복권사업이 벌써 제 궤도에 올랐으며, 명동에 자리잡은 직영명품점을 오는 7월부터 인사동으로 옮겨 대폭 확장키로 한 것도 그의 저돌적인 추진력에 힘입었음은 물론이다. ‘계획은 세심하게, 실천은 대담하게, 확인은 철저히’라는 업무 자세가 단순한 장식용은 아닌 것 같다. 그가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던 김재광 전 국회부의장의 동생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과거 끈질기게 정계진출설이 떠돌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 “뜻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형님으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 나던 모습이 떠올라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고 털어놓았다. 권력·권세가 잠깐 빌려 입었다가 돌려줘야 하는 외투와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뜻인가. “가까운 주변에서 그럴듯한 자리에 올랐다가 물러나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모습을 많이 지켜봤다”며 “분수를 모르는 것이야말로 정말로 어리석은 것이라는 사실을 나이가 들면서 새삼 깨닫곤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좌우명은 과연 어떤 것일까. “작은 사람과의 약속이든, 큰 사람과의 약속이든 꼭 지켜라”는 가훈(家訓)이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내려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은행에 다닐 적에도 한번 대출약속을 하면 사채를 대서라도 믿음을 지켰기에 ‘틀림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고비도 몇번 닥쳤으나 부인이 산부인과를 개업하고 있었기에 별탈없이 넘기곤 했다. “끈끈한 인간관계가 쌓이면 뜻하지 않은 힘이 되지도 않겠느냐”고 했다. 형인 김재광씨가 초선의원에 당선되면서 한일회담 반대의사를 밝혔으며, 회담이 성사되자 약속에 따라 의원직을 내던졌던 사실도 떠올렸다. 존경하는 인물로는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을 제패한 손기정 선생을 꼽는다. 충북 청원 출신이지만 고교 1년때 양정고교로 편입, 선·후배 관계가 맺어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라도 늦잠자는 사람은 상대하지 않는다”며 정색했다. 바쁜 가운데서도 때때로 집 근처 우면산에 오르거나 수영으로 체력을 유지한다. 그나마 요즘은 귀찮아 거의 뜸한 편이다.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게 가장 확실한 건강 비결이며, 나이 먹는 것을 잊는 방법”이라며 그는 활짝 기지개를 켰다. 동문여러분 많은사람을 사귀어보세요... 경일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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