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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각시도 팝니다....
작성자 이시봉(9기) | 2003-04-30 | 189
각시를 팝니다. 헌 각시를 팝니다. 반 백 년쯤 함께 살아 단물은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껍데기는 아직 쓸만해 보이기는 합니다 키는 5척이 조금 넘고 똥배라고는 하기에는 너무도 가슴이 아프지만 배꼽찾기가 조금은 어려운 편 가끔은 화장실에서 나와서는 어지럽다고 합니다 대학은 나왔으나 머리는 완전히 깡통입니다 직장도 없으면서 돈은 나보다 더 씁니다 낮에는 종일 퍼져 자는 것 같고 밤 늦게서야 잠 안자고 세탁기며 청소기 돌립니다 깜찍한 눈웃음 한 번 애교스런 코맹맹이 소리도 이제는 듣기조차 어렵고 눈만 마주치면 돈 타령 입니다 매일 출근때 마다 현관에서 뒷통수가 아립니다 포옹이니 사랑놀이니 하던 예전 생각에 들쩍 지근한 볼 맞춤이라 한번 해줄라 치면 아랫배에 먼저 닿는 묵직함에 볼은 너무도 멉니다 젖꼭지는 왜 아래를 보고 있는지 음악이며 미술이며 영화며 연극이니 하는것보다! 백화점 바겐세일하는 날짜 꼽는데 더 관심이 많습니다 연애시절의 애교스러움이며 신혼 초야의 간지럼타는 척하는 내숭도 사라지고 생일이며 결혼기념일이라도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밖에 나가 밥 사달라 선물 사달라는 독촉기념일일뿐 밥상머리라도 앉을라치면 애교띤 눈길로 반찬 골라 집어주는 것도 없이 옆 집에 들여온 새 가구며 아이들 과외비 타령입니다 그저 내용없는 수다로 애들 친구네 엄마 험담이 우선 합니다 벌써 동네 아줌마들 다섯번씩은 돌아가며 다 씹혔습니다 모처럼 분위기 한번 잡아볼라꼬 집에서 소주 한 잔이라도 부탁할라치면 잔소리가 먼저 쏟아집니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모처럼 집에서 좀 쉴라치면 한쪽 구석에서 궁시렁대는 소리하며 부엌에서 설겆이하는 소리가 유별납니다 애들 학교 자모회 같은데는 안빠지고 미시같이 옷 자랑하는지 동네를 한바퀴 돌아 들어오면서 집에서는 북데기 보릿자루! 구멍난 서방 트레이닝복 바지에 내의도 없이 티셔츠만! 냉장고에는 엊저녁 김치사발이 뒤척임도 없이 그대로 입니다 각시도 헌 각시니 헐값에 드립니다 사실은 빈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아 예전에 잊었던 애인될 뻔 했던 동창생이 그리워져서는 각시팝니다 조금 싸게 팝니다 평소 한대 콕 쥐어박아 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도로 죽음이! 괜히 가슴이 허전하고 허무감이 온 몸을 휘감고 돌아 빈말인줄 뻔히 알면서도 각시팝니다 하면서 허공에다 담배 연기에 섞어 흐트려봅니다. 아쉬운 마음 웬지 걱정이 더 앞설것만 같은 허전한 가슴을 쓸어 내리며 곪고 삭은 한숨을 내쉽니다 하지만 쓸어 안고 같이 넘어야 할 인생 고갯길의 동반자라 앞서 한 말 모두 거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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