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 늦은 시간 강아지를 데리고 집 옆에 있는 공원에 나가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오는 것을 즐긴다.
어제도 야인시대를 보고 늦게 밖으로 나섰더니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 발길을 돌릴까도 생각했으나
내친 길이라 강아지는 그냥두고 맥주 한 캔을 꺼내들고
혼자 공원으로 갔다.
아무도 없는 밤 늦은 시간 ... 쏟아지는 빗속 공원 정자에서
한 사나이가 두 무릅 사이에 얼굴을 묻고 황소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옆 정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 모양을 바라보니 참으로 비감 했다.
울음인지 신음인지 알 수 없으나 내가 분명히 들을 수 있었던 말은
'누가 날 좀 도와 주세요'라고 ... 중간 중간 수없이 반복되는 절규였다.
보다 못하여 말을 걸었더니 그제야 고개를 드는 사나이의 초점없는 눈..
어두운 밤 ... 비속에서 더욱 애절해 보였다.
50대의 평범하고 삶에 지친 우리들의 보통 이웃의 얼굴 ...
바로 오늘날 아버지들의 자화상이고 그대들의 뿌리이다.
연신 아무 의미없이 ... 나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되뇌이던 사나이는
두 무릅을 싸안고 그대로 옆으로 동그랗게 눕더니
또 다시 그 절규를 이어 갔다.
저 사람의 부인이나 자식들은 저 사나이의 말 못하는 고통을 알고 있을까?
저 모습을 본다면 ... 그들 또한 얼마나 가슴이 찢어 지겠는가!
누가 오늘 저 사람을 저리 만들었나!
부모를 받들어 모시면서 봉사를 당연한 의무로 생각하며 희생하여 왔으나
정작 그 자식들에게는 마땅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또 다시 의무와 희생으로 보내온 한 평생 ...
평생 한번도 받아 보지는 못하고 주기만 하면서 살아온 세대
불모의 이 땅에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하여
휴일도 없이 하루 12시간씩을 소처럼 일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않고 꿈과 희망만을 먹고 산 세대.
저 사나이가... 바로 오늘 날 우리 아버지들의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