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들을 찾습니다. 남들은 자녀교육을 위해 기쓰고 강남 가고 학원이다, 개인과외다 난리인데 우리는 이게 뭐예요. 남들은 주말이면 외식도 하고 휴가때면 해외여행도 잘만 다니는데 당신은 뭐하는 건가요. 남들은 아이들과도 잘 놀아주고 집안일도 잘 하던 걸요. 남들은 상가에, 빌딩에, 땅에 그것도 모자라 집도 몇채씩 잘들 살건만 우리는 왜 아직도 전셋집을 전전해야 하나요. 남들은 당신처럼 만날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텔레비전만 보지도 않고, 술·담배에 절어 살지도 않는다고요. 남들은 아내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당신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남들증후군’은 우리의 일상에 깊이 박혀 있다. 불만이 있을 때 비교대상으로 곧잘 동원되는 남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본다. 성은 ‘남’이요, 이름은 ‘들’이라는 대한민국 남자. 그는 학식과 인격을 갖추었다. 지위도 괜찮고 돈도 잘 번다. 서울 강남에 살고 자녀교육을 위해 현명한 투자를 할 줄 알며 교육을 위한 이민도 불사한다. 자신의 건강을 잘 살피는 관계로 술·담배 따위는 멀리하며 운동도 열심이다. 가족사랑도 지극해 자녀와도 친한 관계를 유지한다. 어려운 일도 척척 해결해낸다. 아내와 함께 등산, 골프, 춤, 노래 등 온갖 취미를 즐길 줄 알며, 그의 폭넓은 교제관계는 우아하기만 하다. 늦게까지 술 마시고 외박하는 일도 없고 주식투자로 돈을 날리는 일도 없으며 사소한 일에 짜증을 내거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도 않는다. 실직위험도 없단다.
‘남들’씨는 도대체 뭣 때문에 그리 잘 나고 훌륭하여 사람을 곤혹스럽게 한단 말인가. 어찌 그리 눈씻고 찾아보아도 흠집 하나 없단 말인가. 돈이 많거든 무식하거나 골초거나 술고래든지, 아니면 성격이 못돼서 자기가족을 달달 볶기라도 하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잠자리가 형편없기라도 하든지 해야지, 이거야 원 기를 쓰고 또 써도 따라갈 수가 없다.
그뿐인가. 남들씨한테는 자녀도 있는데 그 자녀의 이름은 남들 2세다. 어른을 통하여 남들가문을 알고 있는 청소년들은 곧잘 남들 2세를 표준으로 제시한다. 남들 2세가 다 갖고 있는 걸 보니까 저도 명품 갖고 싶어요. 남들 2세들은 다 갖는 휴대폰을 왜 저만 못갖게 해요. 남들 2세는 부모 잘 만나서 군대도 빠진다는데 저는 그런 건 바라지도 못해요.
남들씨를 만나고 싶다. 부탁할 게 있어서다. 남들씨, 제발 당신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을 굽어 살피시어 그 사람들을 모두 거두어 주세요. 싫으시다면 대박집 사장님이 쪽박집 사장님을 도와주듯 제발 당신의 비법을 모두에게 전수해 주세요. 결자해지라 하지 않습니까. 남들씨로 인해 생긴 문제는 남들씨 자신이 책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들씨로 인해 힘겨웠던 대한민국 남자들, 이제 남들씨의 은혜로 구원을 받을 날이 멀지 않았다. 남들씨 본인, 혹은 그의 연락처를 아시는 분은 바로 연락 바란다.
〈최창귀/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