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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 개점 기념으로 몇월 몇일 몇시에 선착순 100명에게 사은품을 주기로 했다. 시간이 되자 예상보다 훨씬 많은 1000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아마 가장 쉬운 방법은 확성기를 들고 질서를 지켜달라고 외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너무 혼잡하니 두줄로 정렬해달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바일 것이다. 대부분은 이 줄인지 저 줄인지 알 수 없는 북새통속에서 서로 밀치고 얼굴 붉히며 여기저기 새치기도 끼어드는 혼란을 겪었던 기억을 한두번은 갖고 있을 것이다.
이때 만약 확성기 대신 은행에서 보는 것같은 순번번호기를 갖다 놓고 순서대로 번호표를 한 장씩 가져가라고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확성기도 아우성도 새치기도 전혀 없이 조용하고 깔끔하게 사은품을 나누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일부러 사람 북적북적하게 만드는 것이 백화점의 숨은 목표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현명한 리더는 이처럼 확성기 대신 순번번호기 같은 시스템을 만들 줄 아는 리더이다.
일을 하지 않아도 해고될 염려가 없는 조직을 생각해보자. 리더가 과제를 가져와 함께 열심히 일해보자고 말한다. 리더는 흠잡을 데 없는 인격자이고 그 자신 밤낮 없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다. 이런 리더하에서라면 부하들은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생각되는가?
20%는 열심히 일할 것이다. 꼭 리더에 감동해서가 아니라 어떤 곳에 있어도 스스로를 관리해나가는 사람들이다. 나머지 80%는 십중팔구 농땡이 치거나 하는 시늉만 내고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조악한 결과물만 낼 것이다.
가정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부모들은 불철주야 자식을 위해 노력하는데 아이들은 부모의 바램대로 따라주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여 조직의 리더나 가정의 부모들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자신의 부덕을 탓하고 부하나 자식을 감동시키기 위해 좀더 자신을 채찍질해야 옳을까? 아니면 부하나 자식에게 책임의 대부분이 있으니 그들을 따끔하게 혼내고 가혹한 벌칙을 내려야 옳을까?
이 상황은 케이크 한 조각을 놓고 서로 더 많이 먹겠다고 다투는 형제의 싸움과도 비슷하다. 자신의 몫을 더 챙기려는 이기적인 아이들을 부모가 감동시켜 서로 양보하게 하도록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이기적인 아이들을 혼내고 케이크를 몰수하거나 임의로 케이크를 잘라 나누어 주어야 할 것인가?
어느 쪽도 비용만 들어갈 뿐 효과가 없거나 일시적일 뿐이다. 해답은 형과 동생중 어느 한쪽이 케이크를 자르고 다른 한쪽은 잘라진 케이크 조각중 하나를 먼저 선택하게 하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어느 쪽도 불평할 여지없이 케이크를 정확히 반쪽씩 먹을 수 있게 된다.
리더는 바로 이와 같은 현명한 시스템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앞서 말한 조직의 예에서라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여 농땡이를 치는 사원을 해고하거나 농땡이를 치지 않고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시스템적 해결법이다. 또 가정의 예에서라면 아이들의 행동을 개개인의 이기심을 전제로 한 보상시스템과 연동시켜 설득이나 꾸지람 없이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시스템적 리더십은 지식과 경험의 축적을 통해서만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 따라서 시스템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도덕성을 높이거나 권위를 높이려는 노력보다는 학습과 토론을 통해 시스템적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지혜의 축적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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