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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유상표분쟁
작성자 권오갑 | 2005-03-07 | 200
변호사 개업을 하고 얼마 뒤 A회사 대표이사와 영업부장이 우리 사무소를 찾아왔다. 사연을 들어 본 즉 서울에 있는 M회사가 A회사를 상대로 가처분을 신청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서 만약 가처분이 실행된다면 자사는 바로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하였다. 더구나 신청인의 소송 대리인은 국내에서 유명한 대형 로펌이었다. 그 이유는 처음 두 형제가 화장지를 판매할 목적으로 각각 설립한 서울의 M회사와 대전의 M회사, 또한 두 회사와 이들과 동업관계인 대구의 S회사가 공유로 MT(가칭), MM(가칭)을 상표로 등록하였다. 그리고 영업은 각각 지역을 분할하여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여 판매하고 있었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경영 악화로 서울의 M사는 합병을 거쳐 정리절차를 밟고 있었고 대전의 M사도 역시 법정화의가 진행 중이었다. 3사 모두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하여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지역분할이 무너졌다. 이로 인하여 이들 회사는 출혈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고, 동일 화장지를 동일 회사가 판매하면서 가격은 다른데 따른 판매의 어려움이 있자 각자 공유 상표를 조금씩 변형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대전의 M사는 자신들의 판매조직으로는 판매에 한계를 느끼자 판매법인을 통해 판매를 촉진하고자 M사와 유사한 명칭으로 A사가 설립되었다. 그리고나서 A사는 대전의 M사와 화장지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앞에서 등록한 공유 상표를 일부 변형한 MT'(가칭), MM'(가칭)를 M사와 공유로 등록한 다음 상품 포장지에는 자사의 상호를 크게 표시하여 판매하였다. 이렇게 하여 A사는 서울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며 매출액이 성장하자 서울의 M사는 자신의 공유 상표권이 침해되었다며 A사를 상대로 판매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던 것이다. A사의 대표이사와 영업부장은 나와 상담하면서 자신들은 대전의 M사와 공유로 등록한 상표인 MT'와 MM'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것은 기존의 3사 공유 상표인 MT, MM과 상표법의 논리상 다르다고 말하면서 상표등록원부등본을 제시하였다. 상표가 등록되는 것은 기존 상표와 식별력이 되기 때문이므로 두 상표가 다르다는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나는 면밀히 살펴볼 시간도 없이 일단 수임하기로 하였다. 다른 소송 사건에 밀려 그 날 저녁 집에 와서야 두고 간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게 되었다. 그런데 두 상표는 상표법의 논리를 떠나 육안으로 보아도 유사한 면이 적지 않았다. 나는 심한 고민에 빠졌다. 만일 다르다고 주장하다가 법원에서 같다고 판단된다면 가처분 결정이 될 것이고, 두 상표가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대전 M사의 공유 상표에 대한 사용 권한을 받아 사용한다고 하면 상표법상 공유 상표를 타인에게 사용하게 하는 경우 다른 공유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상표권자의 허락없이 사용하는 것이 되어 역시 가처분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였다. 수임을 포기하기에는 심문기일이 너무 짧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더 고민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나는 우선 그 날 참석하면서 선임계를 제출하고 추후 답변하겠다고 말하였다. 2주 뒤 다시 심문기일이 잡혔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시간을 피할 수 없었던 나는 결국 고심 끝에 포장지에 표시된 회사명이 A사였지만 그래도 A사가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권자인 대전의 M사가 판매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A사와 대전 M사간의 물품공급계약서를 제출하였다. 즉 A사의 판매는 그것은 단순 판매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독자적인 상표의 사용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얼마 뒤 A사의 영업부장은 우리 사무소를 찾아와 상대방은 유명 로펌이라며 신참 변호사에게 자사의 미래를 맏기는 것이 내심 불안했던지 수임을 취소할 의향을 내비쳤다. 나는 그냥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하였고 그는 큰 근심을 토해낸 다음 돌아갔다. 나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A사가 주장하는 논리를 따르지 않고 나름대로의 논리를 주장하다가 패소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다음 심문기일 법정에서 답변서를 받아본 상대방은 추후에 준비서면을 제출하겠다고 하였고, 다시 2주 뒤로 심문기일이 잡혔다. 상대방은 A사와 대전 M사의 계약은 형식적인 것일 뿐 실제 거래는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실제 거래를 뒷받침하는 세금계산서나 거래서류를 제출하도록 석명을 구하였다. 이때 나는 그것은 영업상 비밀이기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고 버티었다. 그러자 상대방은 그것이 무슨 영업비밀이냐며 반박하였고 나는 이런 서류는 거래원가 거래량등이 모두 밝혀지고 화장지가 거의 가격경쟁과 양의 경쟁이므로 이것은 영업상 중요한 것이라고 변론하자, 이를 듣고 있던 재판부는 영업비밀일 수 있다고 말하였다. 또한 상대방에게 이것은 문서제출명령의 대상도 아니라고 하면서 추가 소명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나에게도 거래관계를 뒷받침하는 기타 자료나 세부적인 원가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자료라도 제출하라고 요구하였다. 나는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사실 나는 미리 자료를 확보하고 있었으면서도 상대방의 주장을 기다렸다가 반박하기 위하여 제출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다음 심문기일 세금계산서의 금액을 삭제한 채 기타 거래내역을 알 수 있는 자료를 모두 제출하였다. 이로서 나는 방어가 충분하리라고 생각하면서 내심 흐뭇해하고 있었다. 그 날 상대방 역시 증거를 하나 제출하였다. 이윽고 심문이 종결되었고 추가자료는 2주 안에 제출하라고 하였다. 나는 상대방이 제출한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 서면에는 서울 M사가 A사 및 대전 M사와 함께 공유로 등록한 상표의 무효심판을 제기하였는데, A사가 이에 대응하여 그 공유상표가 3사의 공유상표와 다르다는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하면서 A사가 이해관계자임을 밝히기 위하여 자신이 MT', MM' 상표의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그 뒤 나는 머리에 쥐가 나는 듯 했다. 할 수 없이 나는 추가 서면을 준비하면서 서울 M사가 먼저 공유상표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본건 가처분을 신청하였으므로 이에 대응하고자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하였던 것이고 이 때문에 이해관계차원에서 단순 판매하게 된 것이라며 변명하였다. 그리고 얼마뒤 법원은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몇 줄로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였다. 나는 날 듯이 기뻣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뿐. 가처분 결정이 되기 전에 이미 상대방은 본안소송을 제기하였던 것이다. 제2회전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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