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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소나기라도 한줄기 쏟아질 듯 꾸무정한 겨울의 퇴근시간 무렵이란 그리 유쾌하지는 않다.
주말까지만 해도 장안의 화제는 로또라는 괴물의 출현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그런 싱거운 가십거리를 외면하려고 하던 무리들은 대북송금이 어떻고 하며 또 난리들이다.
그 누가 읊었던가!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칠기 얽혀진들 어떠하리-라고..
그냥 냉소주의적인 싯귀만이 어울리는 오후의 한 무렵인 것 같다.
공자는 나이 40에 들어 불혹에 이르리라고 했건만 나 같은 필부에게 있어야말로 참으로 어려운 숙제일련지도 모른다.
왠지 모를 무력감과 권태가 요즘엔 너무나 많이 밀려들고 있다.
또 그 누가 읊었듯이 -한잔의 술을 마시면서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를 운운..-하지는 않더라도 마냥 한잔의 쓴 술잔이 그리운 오후의 한 때이기도 하다.
이러한 싸구려 센티멘탈이 그리 길게 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또는 이러한 것들로 해서 내가, 아니면 우리가 염세적이여서는 안될지라도, 잠시만이라도 흘러 지나가는 삶의 시계를 멈추어두게 하고 싶다.
과거의 끈도 미래의 이음줄도 멈추어 두게 하고, 단지 지금만을 음미하면서 한잔의 술을 내장 깊숙이 밀어넣고만 싶다.
그냥 무심코 지나가버리는 시간들이 무료해서 난 지금 내 책상위의 작은 모퉁이에서 지쳐 널브러진 핸드폰 녀석을 마냥 바라보며 '이놈아! 넌 왜 울지도 않느냐'고 나무라고 있다.
술 한잔 하시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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