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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끼리 대화하는 시간이 하루에 1분도 안되는 가정이 적지 않다. 자녀들은 학원·과외 공부에 내몰리고, 부모는 자녀들의 교육비를 대느라 바쁘다. 대화가 없으면 서로의 기대와 요구를 알 수 없어 관계가 멀어지게 된다. 가정의 달이다. 바람직한 가족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부모와 자녀가 대화하는 가정을 만들자.
"PC방에서 집에 왔는데 엄마가 막 뭐라고 해서 기분을 잡쳤다. 태훈이가 자기 엄마를 욕하던 기분을 이제 알 것 같다. 어른들은 다 똑같다. 컴퓨터 좀 오래 하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기 일쑤다. 하지만 하라는 공부를 다 하면 잘 했다는 말 한마디 없다. 어른들은 우리를 눈곱만큼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우리 위에서 군림하려고만 한다."
서울 한 중학교의 `모둠일기` 일부다. 모둠일기는 학급의 학생들끼리 모둠을 지은 뒤 당번을 정해 날마다 일어났던 일을 적는 것이다.
부모와 갈등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일기 속에서 부모는 사사건건 자녀의 행동에 간섭하고 잔소리나 하는 귀찮은 존재다. 그렇다면 부모들에게는 문제가 없는가.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뒤늦게 "속마음을 털어놓으라"고 다그쳐봤자 쉽게 입을 열 리 없다. 평소 의사소통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가 권위주의적인 가정일수록 더욱 그렇다.
조선 후기의 학자인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귀양살이를 하면서도 두 아들과 편지로 대화하며 자녀 교육에 힘썼다고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생의 20%는 평소 부모와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다. 대화를 하더라도 절반 이상이 하루 평균 30분에 못 미친다. 초등학생도 마찬가지다.
가정은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이다. 사람은 부모형제 등 가족 구성원과의 인간관계를 통해 사회성이 발달한다. 대화가 단절되면 가정은 물론 사회에서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가족과 대화 시간이 많은 어린이일수록 공부를 잘 하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고, 대화 시간이 적을수록 인터넷에 중독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집 대화 얼마나 하나
①우리 가족의 대화 시간은 하루 평균 얼마인가? 대화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 해결한다.
☞무관심과 컴퓨터를 들 수 있다. 짬이 나도 부모는 피곤해 잠을 자기 일쑤고, 자녀는 인터넷이나 TV에 몰두한다. 예전에 잘못한 것까지 꺼내 얘기하거나 모욕을 주는 등의 표현 방식과 듣는 자세가 문제일 수도 있다.
②가족의 대화를 가로막는 최대의 적은 무관심이다. 우리 가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가족 도전 골든벨` 게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가족의 습관·기념일·신체 특징,자녀나 부모의 꿈, 노래·색깔·음식 등 가족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따위를 소재로 하면 된다.
③가족들끼리 시간이 엇갈려 대화할 틈이 없다면 `사랑의 대화장`을 만들자. 대화장에는 신문에서 관심이 가는 기사를 하루 한 가지씩만 골라 스크랩하고, 그 밑에 기사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적는다. 거실 탁자나 식탁 위에서 읽는 대화장은 훌륭한 대화 통로다. 주말엔 가족이 모두 모여 대화장의 내용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면 시사 상식도 넓힐 수 있어 일석이조다.
④일년에 하루이틀은 `우리 가족의 날`로 정해 소중한 추억을 만들면 어떨까. 이날 어떤 행사를 하면 좋을지는 가족 회의를 통해 정한다. 가족 모두에게 추억이 될 역사·문화 기행을 1박2일쯤 가는 것도 괜찮다. 계획서는 여행 안내 기사나 광고를 보고 자녀들이 꾸미게 한다.
⑤가족신문 만들기를 통해 협력하는 동안 서로 친해지며 가족의 역할과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가족신문은 결과보다는 만드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답답하다고 부모가 모두 만들어 버리면 의미가 없다. 신문을 버리지 않고 모으면 훌륭한 가족 역사 자료가 된다. 가족 신문 만들기는 1월 17일자 S8면 참고.
⑥아빠는 엄마에게, 엄마는 자녀에게, 자녀는 아빠에게 릴레이 형식으로 e-메일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부모나 자녀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기사·영화 얘기를 하는 것도 좋고, 격려하거나 서운하다는 말을 하는 것도 괜찮다.
사랑 담긴 가족 e-메일:훌쩍 컸네 … 다음에 축구할까
돌아보면 성민이 넌 늘 엄마 옆에서 맴돌기만 하고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작은 아이였단다. 그런데 어느 새 엄마를 돌봐줄 수 있을 정도로 훌쩍 자랐구나. 생각이 커가는 널 보면 엄마는 정말 대견한 마음뿐이다.
내 몸이 불편하다 보니 급해지면 너부터 찾게 되지만 짜증 한번 내지 않았지.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멋진 표현을 해주고 싶은데 마땅한 말이 없네.
혼자 되신 할아버지의 말동무도 되어드리고, 동생까지 챙겨주는 네 모습을 보며 오늘도 엄마는 행복에 젖는다.
성민아! 엄마는 너에게 미안한 것이 많아. 다리가 아파 항상 심부름만 시키고 밖에 나가 함께 놀아주지도 못하고….
네가 없었다면 얼마나 힘들고 쓸쓸했을까. 생각하면 이렇게 소중한 너를 선물해 주신 아빠와 할아버지·할머니께 감사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감사해야 할 분들이 주위엔 무척 많구나. 우리 모든 분께 감사하며 열심히 살자꾸나. 지금부터 엄마는 운동 열심히 해서 내년 어버이날에는 가족 대항 축구 경기를 열 것을 약속하마. 네 마음 속에서 항상 천사가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엄마도 오늘 외할머니께 편지를 써야겠다.
엄마가
사랑 담긴 가족 e-메일:건강하세요 … 같이 놀아야죠
엄마. 밖에는 꽃이 피고 봄이 한창이에요. 그런데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는 엄마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파요. 할아버지를 모시고 가족을 뒷바라지하느라 몸이 불편해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시죠.
저에게 "5분만 있다가 깨워달라"며 피곤해서 자리에 누우실 때면 속으론 정말 깨우고 싶지 않아요.
얼마 전까지 무릎 수술을 되풀이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상상이 들었어요.
할머니께서도 오랫동안 병원에 계시다 돌아가셨는데 엄마도 할머니처럼 되면 어쩌나 하는….
엄마! 저는 엄마에게 바라는 소원이 한 가지 있어요. 엄마가 건강해지는 거예요. 친구들은 주말이면 가족들과 밖에 나가 자전거도 타고 축구도 하는데 엄마는 다리가 불편하니 그럴 수가 없잖아요. 제가 떼를 쓸 수도 없고요.
그러니 엄마가 어서 나아서 우리 가족도 신나게 놀았으면 좋겠어요. 이제 곧 어버이날이에요. 제가 늘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쑥스러워서 못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편지를 통해서나마 저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하늘만큼 사랑해요.엄마.
엄마, 빨리 건강을 찾으세요.
김성민(서울 청운초등학교 6학년)
동문여러분! 오늘도 행복이 가득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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