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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시집을 간 뒤 부디 잘 살라고 날이면 날마다 정화수를
떠놓고 참 열심히 빌었습니다. 그 기원덕분에 딸은 십 수년
동안 잘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 그 후 세월이 많이 흘러 어머니의 기원이 그 효험을
다 했는지 딸은 느닷없이 큰 사고를 당해 가족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딸의 부부는 어머니의 회갑잔치에 다녀오다가 그만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그 사고로 인해 두 분은 그야말로 험한 가시밭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남편은 타박상 정도였지만 아내는 뒷목 경추 신경을
크게 다쳐 목 아래의 모든 신경이 마비되고 말았습니다.
살아 있으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심한 장애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그저 휠체어에 앉은 채로 식물처럼 생활해야만 했습니다.
오로지 일이라고는 하루 종일 리모콘으로 텔레비젼 채널을
바꾸는 일 뿐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내를 혼자 두고 남편은 조그마한
가게에 나가야만 했습니다. 낮에는 장사하고 밤에는 집에 들어와
살림도 해야만 했습니다. 밥짓기, 설거지하기, 빨래하기 등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만 늘 묵묵히 집안 일을 다 하곤 했습니다.
옛말에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하는 말이 실감합니다.
세상 인심 탓할 것도 없지만, 아내가 그렇게 몸을 못 쓰게 되자
찾아오던 친척들도 발길을 뚝 끊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남들이 뭐라 해도 아내의 손을 붙들고 꿋꿋이
살아왔습니다. 말이 좋아 20여년이지 강산이 두 번 변하고도
남을 그 긴 세월 동안 남편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
조차 가지 않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직도 딸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잠이
깨지곤 합니다. 한번은 어머니께서 집에 들른 사위의 두 손을
꼭 잡고 그러셨습니다. "이보게, 아 사람아, 평생 어떻게
이러고 사나? 그 아이는 어찌 되었든 내 딸이니까 내가
알아서 함세, 그러니 그만 손놓고 새 인생을 찾게........"
그러자 그날 남편은 마치 아이처럼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니, 그렇게는 못해요! 이 사람이 날 보고..아직도
웃고 울어주는데, 어떻게.....이 사람을 두고 딴 맘을 먹어요?
전 그렇게 못해요! " 그날 장모와 사위는 더 이상 말도
못하고 서로 부둥켜안고 오랫동안 눈물만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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