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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 왔어?"
"아니, 조금 더 가야 돼, .그럼 나 조금 더 잘게............."
하필이면 그녀와 모처럼 만에 시간을 맞춰 떠난 여행에서
그들을 마중 나온 것은 태풍이었습니다.
바닷가 근처 민박 촌에서 그녀를 태워준 버스는 꽁무늬를 빼고
사라지고 나니 막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기왕 여기까지 와서 부러 맘 상할 일이 아닙니다.
생각하고 쓸만한 민박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찾아든 집주인 아주머니의 인심이 좋아 보여 다행이라 여기고
허름하긴 하지만 한 집을 정했습니다.
금방 잠잠해지려나 했던 태풍은 우리가 이틀을 더 머물며 기다려도
계속 사나움을 더 하기만 했습니다.
마침TV를 통해서 들은 기상예보는 오후쯤 태풍의 눈이 동해을
지난다고 했습니다. 그때 맟추어서 잠깐만 나갔다 오면 되겠다 싶어
그들 부부는 빗방울이 가늘어지기를 기다려 채비를 했습니다.
"아주머니, 저희 마지막으로 바닷가에 좀 다녀올게요"
태풍이 무서워서 조심해야 할텐데....................예, 걱정 마세요"
결국 우산도 바람에 뒤집혀 못 쓰게 되고 그들은 비와 바람을
맞으며 바다로 나갔습니다. 빗방울이 가늘어졌어도 바닷바람은
그들을 날려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남자는 그녀를 꼭 껴안고
걸음을 서둘렀습니다.
"우리 첫날 왔을 때보다는 그래도 봐줄 만하다, 그렇지?"
"가기 전에 한 번 보고 가라고 하늘이 인심 쓰나 보다"
"그러게........훗!"
바닷가는 언제 와도 늘 새롭게 느껴지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늘 한결같습니다 그것이 바다가 주는 매력입니다.
그녀는 바다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주저앉더니 품에서
무엇인가 꺼내는 것 같았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저 만치서부터 가까워지던 파도가 빠른 속도로 치솟더니 그녀를
한 순간에 덮쳤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순간에 그녀를 잃어버렸습니다. 태풍이 가리 앉은 것을
기다려 해안 경찰이 동원됐지만 그녀의 시신은 찾지 못했습니다.
남편의 가슴을 치던 그녀의 어머니 보다 더 힘들었던 건 그녀의
기억이었습니다. 꿈에서 그녀는 남편을 불렀습니다 그녀는 때로
남편과 나와 자주 들리던 카페에 있거나 벤치에 앉아 있거나,
혹은 바닷가에도 있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를 완전히 잊은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 사고 후 기억조차 하고 싶지 않았지만 막상 그녀와의 추억이
한 조각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어 그 민박집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한 바닷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그리고 파도의 끝머리가 닿는 모래사장 저편에서 뭉툭하게 솟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손으로 헤쳐보니 오래된 병이었습니다.
투명한 병 속엔 종이 쪽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 쪽지는 분명 그녀의 쪽지였습니다............
"바닷가에서 말하고 싶었어요.
우리 사랑이 영원하길 빌면서........
축하드려요
제 비밀을 처음으로 알게 되신 걸
"저 임신했어요..... 축하해 주실거죠?"
...............................................................
해가 지고 있었지만 남편은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곳에 아직 그녀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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