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민이에게 아픔이 찾아든 것은 열 다섯 살
때의 일입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놀며 한창
예쁜 꿈을 키워나가야 할 영민이에게는 정말
견디기 어려운 아픔이었습니다.
입가의 신경조직이 잘못돼 수술을 받았는데
그만 신경을 잘못 건드려 입이 비뚤어지고
만 것입니다.
퇴원 후 집으로 돌아온 영민이는 그길로 제
방에 틀어박혀 친구를 만나는 것도 학교에 가는
것도 싫어했습니다.
"영민아! 학교 가야지!
싫어! 이런 얼굴로는 가기 싫단 말이야!"
나날이 거칠고 우울해져가는 딸의 모습은 엄마의
가슴을 송곳으로 후벼파듯 고통스럽게 했지만
도통 달래줄 길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시간이 흘러 열여섯 번째 생일
날이 돌아왔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가는 영민이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이 배달되었습니다.
눈부시게 흰 치자꽃 화분 하나,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이의 쪽지, 그 쪽지 속 이런 글이 쓰여져 있었습니다.
"영민아! 사랑한다!
물끄러미 치자꽃을 보고 있던 영민이가 몇 달만에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누가 나 한테 꽃을 보냈을까"
글쎄, 누굴까? 아마 우리 딸을 좋아하는 남학생이겠지?
치이,,, 누가 나 같은 사람을 좋아해....?"
그런데 치자꽃 화분과 쪽지는 매년 영민의 생일 날이면
어김없이 배달되었습니다.
하얀 치자꽃 향기와 사랑의 메시지는 영민의 마음속에
굳게 채워진 빗장을 서서히 풀어주었습니다.
영민이는 밝고 아름다운 심성을 지닌 처녀로 성장했습니다.
영민이의 고운 마음씨는 한 남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영민이는 그 멋진 남자와 행복한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민의 결혼식 날, 엄마는 한 참을 울었습니다.
"엄마 울긴 왜 울어? 오늘 같이 기쁜 날........."
"우리 영민이가 결혼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눈을 감겠구나"
몇 달 후, 엄마는 끝내 오랜 병고를 이기지 못하고
하늘 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그해부터, 영민이의 생일이 되어도
치자꽃이 배달되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엄마가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난 것뿐인데.......
영민이는 그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누가 여태 치자꽃을 보내왔는지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것은 치자꽃이 아니라
한결 같은 엄마의 사랑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