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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친정아버지가 ‘암’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간단한 수술인 줄로만 알고 병원에 갔다가 큰 수술이 될 수 있다는 얘기와 함께 ‘주치의’에게서 들을 수 있었던 얘기였다.
1달전부터 ‘아버지가 요즘 이상하다’는 얘기를 엄마에게 듣긴 했지만 갱년기 증상 정도로만 생각하고 가볍게 넘겨온 터라 그 충격과 죄책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
“왜 그동안 아무 말씀도 안하셨냐. 우리는 가족도 아니냐.”며 원망의 소리를 내뱉었지만 사실은 ‘아버지가 그동안 얼마나 힘이 드셨을지. 내가 부모님께 얼마나 무관심했는지’에 대한 나 자신을 향한 원망이었다.
그러나 진료기록과 함께 알게 된 사실은 나를 더 아프게 했다. 정신적 충격이 너무 커 1달 넘게 ‘정신과’치료까지 받으시면서도 “가족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 며 가족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까지 하셨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 가정의 ‘가장’의 마음인지,.. 이것이 한 여자의 ‘남편’이고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인지… 온 가족이 아프고 힘이 들면서도 서로에게 힘을 얻고 가족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깨닫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지금은 3차례의 큰 수술로 어느정도 완치가 되었고, 정기적으로 가는 날이 아니면 병원을 찾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이후 아버지 수첩에 남아있는 ‘이름’ 하나가 있다. 처음 피부암인지 발견하고, 조직검사를 권유한 레지던트 의사다.
그분은 아버지의 ‘병’을 확인하고, 아버지의 심적 고통과 방황을 지켜보면서 기꺼이 아버지의 ‘친구’가 되어준 의사다. 그 분은 아버지가 만나고 싶다고 하면 일과 후 시간을 내어 아버지의 이런저런 얘기들을 들어주고, 위로해 주고, 힘을 주고, 격려해 주었다고 한다. “만약 그때 그분이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거라고, 그 분이 옆에서 얘기를 들어주고 힘을주어 다시 기운을 내어 치료 받고 이렇게 나을 수 있었다”고 아버지는 고마워 하신다.
의료진이라면 눈에 보이는 ‘아픔’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까지도 살피고 치료해 줄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10년간 최고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존스홉킨스 병원’은 자국민은 말할 것 없이 90여개국에서 매년 7,000여 명의 환자들이 방문하고 있는, 6천 400 여개에 달하는 미국 내 병원 중 ‘최고 중의 최고’로 꼽히고 있다.
존스홉킨스의 의사들은 하루 평균 8명 남짓의 환자만을 만난다. 우리나라 대학병원의 ‘3시간 대기, 3분 진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환자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완벽한 진료를 추구하고 있다. 존스홉킨스 의대에서 학생 지도시 우선적으로 가르치는 것은 ‘환자없이 세계 최고의 기술이 존재하지 않으며, 의사들이 기술에 자만할 때 세계 최고는 물거품이 된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 사실은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이라는 ‘S 병원’의 예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최고의 의료진과 의료수준이라고 자만심에 빠져있다가 강남 ‘S 의료원’에 밀리고 적자가 계속되면서 ‘최고의 의료수준이라고 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고객이 외면하는 병원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의료진과 병원이 고객인 환자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서비스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우리가 하는 일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본다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문여러분! 주말 잘 보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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