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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중국 언론은 "중국엔 한명 반의 억만부옹(富翁)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중 한명이 바로 중국 쓰촨(四川)성의 류융하오(劉永好·53)신시왕(新希望)그룹 회장이다. 반(半)명은 중국국제투자신탁(CITIC)공사의 오너인 룽이런(榮毅仁)씨다. 榮씨는 중국의 국가부주석을 지낸 전통적인 부자지만 홍콩에 사업거점을 두고 있어 '반명의 중국인'으로 불린 것이다.
이후 劉회장은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거부가 됐다. 2001년 미 경제잡지 포브스는 10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중국 최고의 부자로 소개했다. 지난해 미 포춘지는 그의 재산이 5억5000만달러라며 중국 5위의 부자로 낮췄다. 그러나 자오윈신(趙 新)회장 비서실장은 "이는 형과 재산을 나눴기 때문"이라면서 "7위인 둥팡시왕(東方希望)그룹 류융싱(劉永行·56)회장의 재산(4억8000만달러)을 합치면 여전히 중국 1등"이라고 밝혔다.
1982년 1000위안(약 15만원)으로 창업한 지 20년이 채 못 돼 劉회장은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됐고, 그의 회사는 중국 최대 민영기업으로 성장했다.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산도 아니고, 권력자의 집안도 아닌 사람이 맨주먹으로 출발해 성공했기 때문에 중국 국민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고 趙실장은 말했다.
"리자청(李嘉誠)이 나의 모델"=劉회장은 '미스터 머니'란 별명을 갖고 있는 세계 최대의 화상인 리자청 장강실업 회장을 모델로 삼고 있다. 李회장은 플라스틱 조화(造花)를 생산해 돈을 번 뒤 부동산업과 항구·부두 등 사회간접자본, 정보통신으로 잇따라 변신하면서 대기업가가 됐다. 劉회장은 "李회장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해 수퍼맨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부의 축적과정'도 '리자청식'이었다. 세명의 형제와 함께 1000위안으로 맨 처음 시작한 사업은 메추리를 키워 고기와 알을 파는 일이었다. '생태 순환 사육법'이라는 새로운 사육법을 개발해 프랑스와 일본에 수출하면서 6년 만에 1000만위안의 자본을 축적했다. 이어 사료산업으로 변신, 쓰촨성을 석권한 뒤 전국 시장으로 확대했다. 국내외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 1990년 매출 1억위안으로 성장했고, 91년 시왕(希望)그룹을 설립해 회사 구조를 개편했다.
이때부터 신시왕은 적극적으로 유망업종에 진출했다. 사료첨가제 개발을 위해 동물의약품을 개발하는 의약회사를 설립했으며, 햄·소시지 등 육가공식품과 우유업에 진출했다. 베트남에 사료공장을 건설했으며, 북한 진출도 계획했다. 趙실장은 "90년대 말 한국의 제일제당과 공동으로 북한에 사료공장을 건설하고 가축사육 사업을 하기로 추진한 바 있었다"고 말했다.
건설업에도 진출해 1998년 쓰촨성 성도인 청두(成都)에 아파트·학교·호텔·주택 등이 함께 있는 신도시를 건설했다. 중앙정부의 서부 대개발 공사에도 적극 참여 중이다.
신시왕은 또 전국적인 사료판매망을 활용, 물류산업에도 진출했으며 2002년엔 상하이(上海) 인타이(銀太)백화점을 인수해 유통업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쑹쭈웨이(宋祖慰)회장 고문은 "중국의 고속성장에 발맞춰 신규 유망업종에 진출함으로써 중국 최대의 민간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100년 역사를 만들자"=홍콩의 李회장처럼 劉회장도 사회간접자본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잡고 있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 제16회 전국대표대회에서 민간기업도 인프라 건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가령 중국 서부지역에서 동부로 가스를 공급하는 간선 파이프 공사는 여전히 정부 몫이다. 그러나 간선 파이프에서 도시로 공급되는 가스관 공사와 가스배급업은 민영기업도 할 수 있게 됐다. 신시왕은 재빨리 추진해 광둥(廣東)성의 선전(深 ) 등 두 도시지역에 액화석유가스(LPG)와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하는 허가를 얻었다. 연구소를 설립해 가스 관련제품 개발은 물론 외국기업과의 제휴를 물색 중이다.
1990년대 말에 진출한 금융산업은 劉회장이 여전히 매우 중시하는 분야다. 주주총회를 연 것처럼 위장했다고 해서 최근 말썽이 난 중국 유일의 민영은행인 민성(民生)은행의 최대주주가 劉회장이다. "회사가 크게 발전하려면 금융업이 있어야 한다"는 劉회장의 건의에 따라 중국 정부가 허가를 내줘 96년 설립된 은행이다. 그 외 민성보험과 신시왕투자공사 등 여러 금융회사도 거느리고 있다. 신시왕은 관광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최고의 민영기업이 되려면 남보다 3개월 먼저 앞서 변해야 한다"는 劉회장의 지론에 따라 신시왕은 업종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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